첫째와 함께 하는 둘째 맞이 1 - 동생이 생겼어요.

by 청동거울 posted Aug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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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생이 생겼어요.

 

‘싫어요. 동생 싫어요.’

 

   3일 정도 되었다. 체한 듯 아닌 듯 속이 편하지 않다. 햇살 아빠가 ‘으슬 으슬 춥거나 열이 나진 않아?’ 라고 묻는다. 그리고 임신테스트를 해 보자고 한다. 그냥 웃음이 난다. 기대반 의심반의 마음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아주 진한 보라색 선이 두 개가 나타났다. 아마도 경험상 6주는 된 듯 하다.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듯 했던 아기가 온 것이다. 첫 아이를 낳은 후 6년 만에 찾아 온 아기의 소식에 햇살 아빠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햇살 아빠는 전화 통화 후 곧 바로 조퇴를 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흥분 한 햇살 아빠를 진정시키고 오후 강의를 마치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강의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햇살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시간이다. 유치원으로 가는 동안 ‘임신 사실을 햇살이에게 알릴까 말까? 아기를 확인 하고 말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일단 아기를 확인하고 알려주기도 했다.

 

  병원 대기실. 잠깐의 설렘과 긴장의 시간을 보내었다. 햇살이는 어떤 병원인지 계속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배가 불룩한 엄마들을 보며 뭔가 알 듯 말 듯 한 표정이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린다. 의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햇살이는 그저 예쁜 의자가 좋은지 가만히 앉아 있다. 신기한 듯 의사 선생님 방을 살펴본다.

 

  ‘콩닥콩닥’ 심장 소리와 아기집이 보인다. 너무나 작고 앙증맞은. 엄마 아빠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심장까지 뛰고 있었다. 다시 나, 햇살, 햇살 아빠, 의사 선생님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초음파 사진을 보여준다. 햇살이는 신기한 듯 사진을 받아 들고는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내가 말해 주었다. ‘햇살아! 엄마 뱃속에 아기가 생겼어. 햇살이 동생이 생겼어.’ 그 순간 햇살이의 두 눈이 빨갛게 변하며 눈물이 고인다. ‘싫어요. 동생 싫어요.’ 순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햇살이는 7살이 될 때 까지 외동으로 지낸 아이입니다. 물론 동생이 생길거라고는 상상 조차 하지 못한 아이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동생의 소식에 병원 진료실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첫 아이와 둘째 아이의 나이 차가 크지 않아 첫 아이가 둘째 임신에 대해 이해를 못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둘째 아이에 대해 처음부터 싫어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생을 원하지 않는 햇살이의 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은 엄마 아빠, 의사선생님 까지 너무나 당황스럽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 순간은 서로에게 희비가 엇갈리는 운명의 시간임이 틀림 없었습니다. 역시 임신은 가족들간의 협의 하에 이루어지는 계획 임신이 좋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햇살이네를 유지 하기 위해 아기 맞이 상황을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을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 진료실 문을 나서며 내가 먼저 햇살이에게 말을 걸었다.

‘햇살이 동생 싫구나. 너무 갑자기 동생이 생긴걸 알아서 당황스럽고 놀랐구나.’

햇살이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동생 싫어.’

‘햇살아! 동생이 왜 싫은지 이야기 해 줄래? 그래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지.’

‘내 장난감에 침 묻힌단 말이야. 내거 엉망으로 만들잖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 햇살이 장남감에 침 묻히고 엉망으로 만들까봐 싫은거구나.’ 피식 웃음이 난다.

‘엄마가 아기한테 햇살이 장난감 못 만지게 주의를 줄게. 엄마가 약속해.’

내 말이 끝나자 햇살이가 나를 드디어 쳐다본다.

‘정말이지?’

‘그럼. 엄마가 아기한테 잘 말할게. 걱정하지마.’

이제야 햇살이가 다시 웃음을 찾았다.

 

   햇살이가 다니는 7세 나무반에는 동생들이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유놀이 시간에 하는 이야기 중에서 동생들로부터 받은 피해와 불편함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햇살이도 친구 동생들의 흉을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햇살이의 그 작은 가슴에 친구들이 겪은 어려움을 자기도 겪게 된다는 힘든 마음이 들어갔을 때 얼마나 막막하고 걱정이 되었을까요?

 

  첫 아이가 동생을 처음으로 맞이 할 때 첫 아이의 마음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첫 인상을 기억하듯 첫 아이도 동생에 대한 처음의 인상을 만들고 무의식에 저장시키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제 형답게 언니답게 행동해야지. 울긴 왜 울어?’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면 동생과의 첫 인상이 억울함과 답답함으로 자리잡게 되겠지요.

 

  첫 아이가 동생을 싫어하는 마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싫은 마음의 이유를 묻고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지요. 햇살이는 겉으로는 장난감의 문제를 말했지만 사실 그 속에는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햇살이가 그 내포된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친구들이 하고 있는 고민은 단순히 동생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난감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이건 부모와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동생들은 큰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고 놀다보면 망가뜨리기도 하지요. 이럴 때 큰 아이가 불만을 터뜨리거나 동생을 때리게 되면 부모는 대부분 동생편을 들며 ‘동생이잖아. 양보 좀 해.’라고 큰 아이를 달래거나 ‘형이 돼서 그러면 안돼.’라고 훈육을 하기도 합니다. 큰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동생만 예뻐한다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생기게 되지요. 아마 햇살이와 친구들의 대화 속에는 분명 이러한 늬앙스들이 숨어있었을 것이고 이를 무의식 중에 수용하게 되어 동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엄마가 햇살이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한 것입니다.

 

  첫 아이가 동생을 맞이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부모의 사랑을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입니다. 이 때

문에 동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첫 아이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먼저 살펴 동생과의 첫 만남을 안정되게 도와 주세요. 좋은 우애와 행복한 가정의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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