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함께 하는 둘째 맞이 2 - 갑자기 동생이 너무 좋아요.

by 청동거울 posted Aug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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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갑자기 동생이 너무 좋아요.

 

‘할머니, 동생 생겼어요. 하하하.’

 

   햇살이는 여기저기 전화 통화를 하며 동생의 소식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할머니, 동생 생겼어요. 하하하’ 라며 큰 소리로 신나게 말한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할머니 목소리에도 반기는 기색이 또렷하다. ‘햇살이 좋겠네. 이제 언니다. 축하해.’라는 축하의 메시지도 받았다. 언니라는 말에 금새 어깨가 으쓱해지나 보다. 동생 싫다고 울먹이던 그 모습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연신 싱글벙글 웃음이 얼굴에 번진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차에 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나에게 조심하라며 손을 잡아 주고 먼저 가라고 배려도 해 주며 멋있는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감정의 변화가 나는 어쩐지 걱정이 된다.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햇살이가 아기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은 병원을 나올 때 벌써 ‘요술같이 아기가 생겼어. 이름 요술이라고 하자.’라고 말을 한 터였다. 요술이라고 태명을 짓자고 하며 연신 ‘아기 이쁘다. 언제 태어나? 빨리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말 끝에 살짝 흐르는 슬픈 느낌은 엄마의 뇌리를 스친다.

 

   햇살이가 정말 동생을 받아들인 걸까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서로 다를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햇살이 처럼요. 말은 분명 동생을 반기는 것 같지만 표정이나 그 말 속에 느껴지는 감정은 그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이런 멋있는 언니의 모습에 대해 어른들이 가장 흔히 하는 이야기는 ‘기특하다. 철들었다.’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어른들의 말은 더욱 햇살이를 멋진 언니라는 가면 뒤로 숨게 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가면 속에 숨어 버리는 모습에 어른들이 속을 때가 있지요.

 

  가면 속에 숨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기대되는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가성숙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가성숙이란 아이가 사고나 감정 발달에 있어 실제 연령에 기대되는 수준 보다 더 성숙한 것인데 말 그대로 성숙된 것이 아니라 성숙된 듯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가성숙은 주변인들 특히 어른들에게서 조금 더 사랑받고 싶어 기대되는 만큼 언니답게 형답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실제 욕구와 주변에서 기대하는 욕구들 사이에서 혼란스럽고 힘들어 합니다.

 

   햇살이의 경우에도 동생이 생긴 것에 대한 축하와 언니라는 말에 잠시 진짜 마음을 잊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수용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야 자기는 멋진 언니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동생과 다툼이 있을 때 양보한 형에게 ‘역시 형이네. 형답다.’등의 칭찬의 말 속에 아이들을 가성숙시키는 것들이 숨어있습니다. 사실은 동생에게 양보하기 싫지만 그래야 좋은 형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여 자신의 욕구와는 다른 어른들의 기대행동을 따라 쿨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속으로는 답답하겠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가성숙 외에도 착하게 행동해야만 하고 착하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성숙이나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답다.’와 같은 행동에 대한 틀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할 경우에는 ‘착하다.’와 같은 인성을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면 동생에게 양보한 형에게는 ‘형답다.’라는 말 보다 ‘양보를 잘 하는구나.’정도의 칭찬이면 좋습니다. 그리고 ‘너도 가지고 싶을텐데. 괜찮겠니?’라고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섭섭함과 같은 감정을 달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너무나 양보만 하는 형이라면 부모님이 살짝 중재를 해 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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