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함께 하는 둘째 맞이 3 - 평소와 다른 모습 당황스러워.

by 청동거울 posted Sep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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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소와 다른 모습 당황스러워.

 

 

‘아빠가 내 팔 아프게 하잖아. 엉엉엉’

  

 

   눈부신 아침. 햇살이는 요술이에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내 배를 쓰다듬으며 ‘잘잤어? 요술아!’라고 한다. 부산스런 준비를 마치고 다시 내 배를 쓰다듬으며 ‘언니 유치원 다녀올게. 엄마랑 잘 놀고 있어.’라고 말하고는 유치원 버스에 오른다. 말 끝에 꼭 언니라는 호칭을 붙여서 말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자기에게 그렇게 부르라는 듯 눈짓을 보낸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났다. ‘햇살이 언니’라고 부르자 무언가 언찮은 표정을 짓는다. 조금 이상하다. 아빠가 퇴근 후 햇살이와 언제나처럼 몸놀이를 한다. 목마도 태워주고 말도 태워주고 안아서 빙글빙글 돌려주기도 하고. 늘 그렇듯 햇살이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들린다. 그런데 잠시 후 햇살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와 ‘왜 그래?’라는 당황스런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에 방으로 가보니 햇살이는 팔짱을 끼고 방 구석에 앉아 있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다. 아빠는 이유를 잘 모른다. 나는 햇살이에게 조용히 이유를 물어보았다. ‘햇살이 화가 많이 났구나. 무슨 일인지 엄마한테 말 해 줄래?’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아빠가 내 팔 아프게 하잖아.’라고 햇살이가 말한다. 평소같으면 지나갈 일에 토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엉엉엉’ 슬픈 눈물을 흘린다. 나도 햇살이 아빠도 잠시 멍하게 햇살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팠구나. 아빠한테 말 했으면 아빠가 알았을텐데. 아빠가 몰랐나보다.’라고 하자 햇살이는 더 큰 목소리로 ‘내가 꼭 말을 해야 알아?’라고 대꾸한다. 참 어이가 없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웃음도 난다. 아빠가 얼른 와서 햇살이에게 사과를 한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아빠는 햇살이를 울린 벌로 열심히 말을 태워주었다.

 

 

   햇살이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엄마, 아빠가 잠시 당황을 했습니다. 이제 조금 가성숙된 언니의 모습을 벗고 투정 모드로 바뀌려나 봅니다. 마음의 보편적인 변화 과정에 아주 잘 따르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이지요? 가성숙이 오래가지 않고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예전 상담실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는 6살 터울의 여자 동생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에 따르면 처음 동생이 태어났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동생도 잘 돌보고 학교도 잘 다니고. 그런데 문제는 사춘기가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시기가 이 쯤입니다. 동생에 대해 아주 싫은 감정을 쏟아내고 엄마에게서 안 떨어지려 하여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무기력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동생이 태어났을 때 질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동생과 관계를 적절하게 맺었다면 사춘기에 와서 이런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햇살이도 지금 가성숙의 모습을 벗지 못했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햇살이가 자신을 스스로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렀을 때 엄마 아빠도 그렇게 부른 것이 사건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었던 것이지요. 가성숙 상태에서의 부담스러움과 서운함 등의 마음이 커지면 신기하게도 마음은 제자리를 찾기 위해 퇴행현상을 보입니다. 퇴행현상은 아기처럼 젖병을 빤다거나 아기말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도 나타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등의 정서적인 어려움으로도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부모와의 관계를 새롭게 맺고 스스로 자신의 정서가 안정을 되찾게 되면 마음이 비로소 자아를 튼실히 하여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햇살이도 진행을 한 것입니다. 때문에 동생으로 인한 퇴행행동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다시 제자리를 잡을 때 까지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도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이해해 주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입니다. 햇살이의 경우는 아직 동생이 태어나지 않은 상황이라 퇴행행동은 없지만 감정의 기복이 좀 나타났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 마음에 대해 읽어주기를 한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첫 아이의 퇴행행동입니다. 나이에 맞지않게 동생을 따라하려 하니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퇴행행동을 소거해 주는 것이 부모의 임무이겠지요.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기 보다는 적당히 행동으로 옮기고 욕구를 해소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실에서 만난 6살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계속 해서 젖병에 우유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엄마는 안된다고 하여 실랑이가 벌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럴 경우는 ‘젖병으로 우유 먹고 싶구나. 그래 집에서만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라고 말한 후 젖병을 주시면 됩니다. 아이는 정말 젖병을 사용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쏟는 사랑이 자기에게도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것입니다. 단, 이러한 퇴행행동이 유치원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일어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집에서만’이라고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 이 아이는 스스로 젖병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동생을 본 아이들에게 퇴행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야단치기 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잘 살펴 슬기롭게 극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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