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함께 하는 둘째 맞이 5 - 동생에 대한 질투가 시작되다. 2

by 청동거울 posted Sep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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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 대한 질투가 시작되다.

 

 

난 쓸모 없는 아이구나.’

 

 

   외출을 하고 돌아온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면서 피곤함도 커지고 있다. 현관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들어오던 햇살이가 그 자리를 엄마에게 양보했다. ‘햇살아 엄마 먼저 들어가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인사하면 햇살이는 그저 웃으며 ‘아니야.’라고 대답한다. 기특한 녀석.

 

  주말. 저녁을 먹고 간단히 장을 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도 늘 그렇듯 햇살이는 몸이 무거운 엄마에게 현관물을 일등으로 통과하는 것을 양보하고 이등으로 통과하는 것을 무거운 짐을 든 아빠에게 양보하였다. 그리고 삼등으로 햇살이가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햇살이 아빠가 나에게 수고했다고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이 모습을 본 햇살이는 현관물을 닫으며 한 마디 한다.

“난 이제 쓸모 없는 아이구나.”

“아니야.”

순간 너무나 당황한 나와 햇살 아빠. 햇살 아빠는 햇살이를 꼭 안아주며 ‘엄마, 아빠는 햇살이를 사랑합니다.’라고 하자 햇살이는 ‘흥’하며 웃음을 보여주고는 자기도 안마 해달라고 거실에 큰 대자로 누웠다. 아빠는 햇살이에게 아빠의 사랑이 몸 속 구석 구석 까지 전달되도록 오랫동안 안마를 하였다.

 

 

  그 날 밤 햇살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써왔던 햇살이의 육아일기를 햇살이에게 공개하기로 하였다. 나는 햇살이를 옆에 앉히고 일기를 하나 하나 읽어주기 시작하였다. 처음 엄마 뱃속에 아기가 생긴걸 알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날, 처음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쁨의 날, 손가락과 발가락의 숫자를 세며 10을 외쳤던 날, 공주님인걸 알았던 날, 태어난 날 햇살이의 첫 울음소리와 모습, 포근했던 느낌, 옹알이대화, 뒤집은 날, 일주일만에 응가를 한 날, 병원 검사를 위해 채변을 한 날, 이유식을 시작한날, 이가 난 날, 주사맞고 기절할 듯이 울었던 날, 처음 어린이집에 입학한 날, 어버이날 받은 카네이션, 남자친구 등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읽는 동안 내내 ‘이게 나야? 내가 정말 이랬어?’라고 하며 까르르 웃는 햇살이의 모습이 예쁘다. 글을 다 읽고 난 후 햇살이가 묻는다.

“요술이 것도 있어?”

“그럼 있지.”

“요술이 일기는 나도 쓸래. 내가 요술이 크는거 다 보잖아.”

웃음이 난다. 7살 햇살이가 요술이 앞에서 으쓱해진다. 그 날 밤 나는 햇살이를 꼭 안고 ‘햇살이는 엄마의 첫사랑 아기야.’라고 속삭여 주었다.

 

 

  처음에는 말끝마다 ‘요술이 좋겠네.’라는 말을 달고 살더니 이제는 급기야 ‘난 이제 쓸모없는 아이구나.’라는 말까지 날이 갈수록 엄마 배가 불러올수록 햇살이의 질투도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순간 당황스럽고 놀라는 엄마 아빠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런 일들은 둘째 이상 임신을 한 부모님들에게는 흔한 일상입니다. 자연스럽고 흔한 일상이지만 첫째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부모님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부터 형제 자매를 비롯한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아이의 정서나 사회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이가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아니야 널 사랑해.’라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행동 증거를 보여주세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사고나 언어가 발달하지는 않았으나 보다 감각적인 예민함을 가지고 있어 말보다는 행동과 스킨쉽을 통해 느끼는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더욱 전달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넌 엄마 아빠의 첫 사랑 아기야.’라는 말과 함께 하면 더욱 좋겠지요? 자신의 위치가 확고해지면 질투보다는 아빠 엄마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사랑을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나누어 주게 됩니다. 가진자의 여유를 보여주게되지요.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엄마 아빠가 선택한 것이 바로 육아일기의 공개였습니다. 육아일기에는 한 아이의 생활의 기록이 모두 들어있지요. 햇살이 육아일기도 그러하였습니다. 육아일기는 엄마 아빠가 아이 자신의 일상을 얼마나 잘 관찰하고 작은 움직임과 사건들을 보며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알려주기에 사랑을 알려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인간의 발달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 동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자라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동생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를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이러한 육아 일기 공개시 엄마 아빠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 아빠가 널 이렇게 사랑하며 키웠어. 그러니 너도 동생에게 그렇게 해야 해. 알았지?’와 같은 형의 역할을 가르치거나 강조하는 말들입니다. 이는 다 지은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격입니다. 왜냐하면 육아일기를 공개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은 존재인지를 알려주기 위함인데 만약 위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되면 ‘나더러 동생을 돌보라고? 너무해. 동생 때문에 사랑을 빼앗겼어. 역시 엄마 아빠는 동생만 사랑해. 미워.’라고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동생에 대한 질투나 반감만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형노릇을 지시적으로 알려주지 마시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스스로 느끼고 동생에게 베풀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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