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이 보여. 너무 신기해.’
오늘은 산부인과 정기 검진일이다. 햇살이는 아빠랑 엄마랑 함께 외출하는 것이 마냥 신이난 모양이다.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싱글벙글이다. 내가 햇살이를 불렀다.
“오늘은 요술이 보러 가는 날이야.”
“요술이를 본다고?”
“응.”
“어떻게 봐?”
“엄마 배에 초음파 기계를 대면 요술이가 보여.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정말? 나 빨리 보고 싶어.” 제자리에 서서 콩콩 뛴다.
“그래. 어서 같이 가보자.” 웃음이 난다.
햇살이는 엄마 뱃속에 있다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요술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한가 보다. 병원에 도착할 때 까지 아기를 초음파를 통해 보는 과정을 묻고 또 묻는다. 까르르 소리내 웃고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손뼉을 치고 뒷자석에 앉아 야단법석이다.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고 검진이 시작되었다. 옆에 서서 햇살이와 아빠가 요술이를 기다린다. 요술이가 화면에 나타나고 심장박동 소리가 들린다.
“저게 요술이야?”
“응. 요술이 발이랑 손도 보이지?”
“와, 신기해. 움직이기도 하네.”
“그럼. 엄마 뱃속에서 놀고 있지.”
“나는 안보이는데.”
“아직은 너무 작아서 움직이는게 안보여. 조금 더 지나면 보이지.”
햇살이와 아빠가 요술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의사선생님의 설명 보다 햇살이가 하는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의사 선생님도 한마디 하신다.
“딸이랑 있으면 안 심심하겠어요. 하하하.”
난 그저 웃었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초음파 사진을 보여 신기하다며 야단이다.
“엄마, 나도 이랬어?”
“그럼. 햇살이도 처음에는 아주 작았어. 지난번에 엄마가 햇살이 초음파 사진 보여줬잖아.”
“나 또 보여줘. 응?”
“그래 집에 가서 같이 보자.”
“좋아. 좋아. 너무 기대돼.”
예전에도 여러번 봤던 자기 초음파 사진이지만 요술이를 보고 온 후라 더욱 궁금한가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햇살이는 자신의 초음파 사진을 쳐다보며 재잘재잘 쉴새 없이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질투가 나는 동생이지만 이제 햇살이는 요술이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초음파를 통해 동생의 모습을 본 후 햇살이는 자신의 과거 모습, 스스로는 절대 기억할 수 없어 더욱 신기한 태아기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햇살이의 태아기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육아일기를 읽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태어났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을 임신했을 때 엄마 아빠의 느낌과 일상을 함께 들려주면 궁금증이 하나씩 해소되면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동생의 성장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며 동생을 조금씩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인간관계를 시작할 때면 누구나 ‘첫인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됩니다. 가족이지만 새로운 동생의 출현도 햇살이에게는 처음 만난 친구와 관계를 맺듯이 첫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그 첫인상이 동생의 성장을 통해 나의 성장을 알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한다면 설레임과 기쁨이 되어 앞으로 서로간의 우애가 돈독하게 만들어지겠지요. 반대로 엄마 아빠가 뱃속의 동생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임신으로 인해 그 동안 자신이 누렸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는 동생에 대한 첫인상을 아주 싫음과 짜증으로 심어 줄 수 있으므로 동생이 생긴 환경에 대해 첫 아이가 조금씩 적응 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때 형으로서 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동생을 수용하기 전에 반발심부터 느끼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생활 속에서 조금씩 동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