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함께 하는 둘째 맞이 10 - 함께 놀이하는 방법 찾기

by 청동거울 posted Mar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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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랑은 어떻게 놀 수 있어?

  

  햇살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늘 일하느라 바쁘던 엄마가 집에 있으니 마냥 신이나나보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오늘 하루의 일과들을 재잘재잘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하루의 일과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오늘은 체육선생님과 줄넘기와 훌라후프를 했다고 한다. 너무 재밌었나보다.

 

“엄마, 집에서 또 줄넘기랑 훌라후프 해보자.”

“재밌었구나. 어떻게 하는건데?”

“줄넘기는 뛰는거고 훌라후프는 굴리고 통과하는거야.”

“뭐라고?”

대강 짐작은 간다.

그런데 펭귄같은 엄마의 몸상태로는 할 수가 없는 놀이라는 것.

“엄마 할 줄 알잖아?”

그렇지. 예전에 나랑도 집에서 많이 하던 놀이이다.

요술이가 나에게 오기 전에 말이지만.

물음표를 던지고 막막해 하는 엄마의 표정이 이해가 안가기는 햇살이도 마찬가지이다.

 

햇살이에게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햇살아. 엄청 재밌는 놀이구나.”

“응.”

“미안해서 어쩌지? 엄마가 지금 몸이 무거워서 뛰고 통과하는 놀이는 힘들어.”

“......”

엄마 배가 불러올수록 같이 하던 것들을 나누고 줄이고 했는데 오늘도 역시 실망이 큰가보다.

“같이 못해서 속상하구나. 엄마도 같이 못 놀아서 속상해.”

“그럼 나랑은 어떻게 놀 수 있어?”

“놀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정말?” 그제야 얼굴이 밝아진다.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놀 수 있어.”

“빨리 말해봐. 빨리.”

“엄마가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되지. 그러니까 엄마가 훌라후프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햇살이가 통과하는거지.”

“어떤 노래?”

“동대문”

“아. 맞아. 지난번에 했어. 나 잘해.”

“그래, 우리 집에서 같이 하자.”

여기서 놀이 고민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 줄넘기는?”

훌라후프만 해도 될텐데 줄넘기도 꼭 해야하는가보다.

“그래. 줄넘기는 어쩌지? 이건 햇살이가 생각해줄래? 엄마가 많이 움직이지 않는걸로.”

“알았어.”

집으로 오는 내내 내 손을 잡고 계속 생각한다.

현관물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줄넘기를 가지고 오더니

“엄마, 생각났어.”

“정말? 궁금해. 이야기 해줘.”

“내 뒤에 서봐.”

줄넘기를 내 허리에 감더니 손잡이를 잡고 내 앞에 선다.

“이게 줄넘기 기차야. 이렇게 기차 놀이를 하는거야. 엄마 걸을 수는 있지?”

“응.”

햇살이의 말에 웃음이 난다. 물론 걸을 수는 있지.

 

그 날 햇살이와 나는 동대문 노래를 부르며 훌라후프도 하고 줄넘기 기차로 여행도 하였다.

병원에서 많이 걸으라고 했는데 거실을 걷고 또 걸었다.

요술이도 재밌는지 자꾸 발길질을 한다.

 

  이러한 일은 평소에도 아주 많습니다. 꼭 동생이 뱃속에 있지 않을 때도 말이지요. 같이 노는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엄마 아빠가 너무 힘든 상황들이 있지요. 이럴 경우 귀찮다는 듯이 요런 저런 핑계를 대며 ‘다음에 하자.’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 마음은 어떨까요? 다음에 하자는 말, 아이들을 참 힘들게 합니다. ‘다음’이라는 것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지금 놀고 싶기 때문이지요.

 

   햇살이도 지금 놀고 싶습니다. 그런데 뱃속의 동생 때문에 못 놀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동생이 미워질까요? 엄마랑도 신나게 동생과도 즐겁게 노는 방법을 찾으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첫째, ‘동생 때문에 놀지 못해.’대신에 ‘엄마 몸이 무거워서 놀기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뱃속에 있는 동생 때문에 놀지 못한다는 말.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햇살이와 엄마가 노는냐 놀지 못하는냐 하는 둘만의 문제이니 제 3자 동생은 배재하고 엄마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괜시리 동생에게 엄마를 뺏긴 것 같고 엄마가 동생을 더 예뻐하는 듯 한 인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어 우애에 금이 가지 않습니다.

 

  둘째, 다른 방법을 찾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욕구는 잠시 접어둘 수는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언제고 다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게 되는데 ‘다음에’라는 말로 자꾸 미루게 되면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되고 엄마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꾸만 같은 말을 반복하니 떼를 쓴다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 맞는 놀이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햇살이와의 놀이에서 엄마가 찾은 방법은 무거운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이게 하는 놀이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 방법을 찾을 때는 아이와 함께 의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아이도 즐겁고 엄마도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으며 다음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오늘의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 엄마를 배려하는 놀이를 찾아 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 엄마 아빠의 의견에 이끌려 가며 놀이를 하게 되면 아이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놀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은 ~ 때문에 엄마가 놀 수 없으니 ~시에 놀면 어떠니?’라고 정확히 다시 놀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시고 의논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다렸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만족지연’이라고 하는데 만족지연이 높은 아이일수록 인내심이 강하고 진득하니 자신의 일을 잘 해 나간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 힘들지만 아이와의 놀이 이리 저리 미루지 마시고 함께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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