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울 때는 아파트에 살지마라.’ 부모교육 강사들끼리 많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아이 엄마들끼리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육아 스트레스도 풀고 하면 좋지만 주고 받는 정보에는 잘못된 정보도 꾀 많고 괜한 엄마들 사이의 경쟁심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에 하나 더... 자꾸만 아이가 하는 학습의 양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부모교육 시간이나 놀이치료 시간에 만나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 교육에 관한 고민을 참으로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의 현재 발달 상황이나 흥미 정도를 고려하기 보다는 ‘옆 집 아이는 무얼하더라.’가 내 아이의 학습의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학습지 한 가지를 안하면 내 아이가 뒤쳐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이런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학교에서도 예전처럼 뒤쳐진 아이들을 챙겨가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조급하지 않고 내 아이를 위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꼭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 알고 있어야겠지요? 지금부터 아이들의 초기 발달 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에서 출생 후 가장 중요한 시기는 36개월 까지의 시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뇌, 신체,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등의 기초를 형성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어른들이 시기별로 해야 하는 발달을 ‘걸어야지. 뛰어야지.’라고 말해 주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발달 과업들을 획득하고 성장하게 됩니다. 이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성장스케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자극이 없는 공간에 두어도 발달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일정한 성장 스케줄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싹이 터야 제대로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늑대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 소년은 인간의 아이였지만 늑대들에 의해 길러져 인간의 행동과 생활을 습득하지 못했지요. 이 소년을 보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성장 스케줄보다 환경 자극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발달에서 중요한 환경적 자극은 무엇일까요? 바로 부모님, 놀이, 탐색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럼 이제 조금 더 세세히 발달에 환경적 자극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뇌발달입니다. 뇌는 신기하게도 계속 발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36개월 까지의 뇌 사용량을 기준으로 필요없는 부분을 퇴화시킵니다. 가장 최적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지요. 때문에 36개월 이전에 자극을 많이 받은 뇌가 그렇지 못한 뇌보다 기능이 훨씬 좋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아기때부터 학습을 아주 많이 시킬까요? 안됩니다. 뇌 발달에서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주입식 교육입니다. 36개월 까지의 뇌는 마치 그물망을 짜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외부 환경 탐색을 하며 사고를 할 때 마다 세포마다의 신경조직들이 그물망을 만들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아동기에 학습을 할 시기가 되면 촘촘히 만들어진 그물망으로 학습 내용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36개월 까지는 물고기를 잡는 시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망을 촘촘히 짜는 것이 중요하므로 학습 보다는 놀이와 스스로의 탐색을 통해 뇌의 그물망을 잘 짤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이 부모님의 몫입니다.
두 번째 정서발달입니다. 아이들의 정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애착입니다. 부모와 아이는 36개월 까지 애착을 형성하는데 이는 사회성의 바탕이되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좋은 돌봄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강조되는 것은 스킨쉽을 많이 할 수 있는 놀이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발달한 감각이 촉각과 청각입니다. 이는 태아기부터 뇌발달을 촉진하는 자극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나고 즐겁게 부모님과의 놀이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 언어·인지 발달입니다. 아이들이 아빠와 공놀이를 할 때 아빠가 둥근 것을 들고 굴려주며 ‘공 받아라.’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 공놀이를 통해 아이는 ‘둥글고 구르는 것이 공이구나.’라는 것을 알게되지요. 그래서 공에 대한 인지적인 개념을 형성하고 소리내어 말하며 언어도 발달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빠가 풍선을 들고 왔습니다. 아이는 ‘둥근거 공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공과는 다르게 구르지 않고 붕붕 뜨는 것을 보게 되고 아빠가 ‘풍선 받아라.’라고 하는 말에서 ‘둥글지만 구르지 않고 소리가 풍선, 이건 공이 아니라 풍선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인지 발달은 동화와 조절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언어 발들은 듣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발달하는데 아이에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놀이입니다. 그림책을 보며 이건 공이고 이건 풍선이야 라고 알려주고 따라서 말하도록 시키는 것 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쉽게 스스로 알게되는 것이지요. 스스로의 탐색은 뇌발달의 좋은 거름이고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는 애착 형성의 촉진제이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책으로 학습지로 가르치기 보다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스스로 발달 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입니다. 고학년이되면 부모님이 도와주고 싶지만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인데 갑자기 손을 놓게 되면 아이들이 흔들리게 되겠지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의 호기심으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며 스스로 발달해 갈 수 있도록 부모님들은 울타리가 되어주시면 됩니다.
부모님들! 퀼트로 만든 제품들 참 이쁘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은 퀼트 같아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커다란 광목천에 하나 하나 그림을 그려 채워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가슴에 담고 그에 맞는 교육관을 줏대있게 세우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