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자기주도학습
어릴 때 부모가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어야 좋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에서도 양육전문가들이 놀아주라고 하는데, 정말 놀아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지요? 왜 일까요?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에너지 수준이 다르고 아이들과 부모님의 관심 놀이 주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그만 놀고 공부해라.’라는 말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말 듣고 바로 공부가 되던가요? 공부가 괜히 더 하기 싫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릴 때는 놀고 싶었는데 부모가 되어 보니 아이들과는 놀기는 어렵고 스스로도 모르게 자꾸만 놀이보다는 공부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모순을 느끼기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성장에는 몸과 마음이 먼저 그 다음이 공부입니다. 이제 실컷 놀고 잘 자라고 그리고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놀이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놀이란 아이가 스스로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합니다. 아이는 자동차를 굴리며 재미있어합니다. 이는 놀이입니다. 하지만 옆에 함께 자동차를 굴리는 부모가 재미없는 것은 놀아주어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의무가 더 크기 때문이고 이는 놀이가 아닌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놀이를 통해서 바퀴에 관해서 알려주려 하거나 교통수단에 대해서 알려주려 하면 이는 학습입니다. 부모가 놀이 상황을 통해서 학습을 하려하면 자연스럽게 장황한 설명과 질문이 많아지게 되고 아이들은 놀이가 학습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잃게 되어 놀이를 그만 두게 됩니다. 이럴 경우 아이의 입장에서는 놀이만 그만 두는게 아니라 ‘엄마랑 아빠랑 노는 건 재미없어. 엄마랑 아빠랑 같이 하는 건 재미없어. 엄마랑 아빠가 하라는 공부는 재미없어’라는 마음을 갖게 되어 소중한 부모 자녀 관계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는 ‘한가지에 집중을 못하니? 우리 아이는 나랑 노는 걸 싫어해.’라고 생각하게 되어 아이를 채근하게 될지도 그리고 놀아줄 자신이 없어질지도 모르지요.^^ 놀이는 즐거운 활동입니다. 놀이를 통해서 가르지치 말고 즐겨보세요.
반대로 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물론 자발적인 호기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좋겠지요. 자발적으로 익히고 배우는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 학습’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학령기에 요구되는 학습능력은 영유아기를 거치면서 사고력과 호기심, 신체발달과 언어인지능력 등의 전반적인 발달이 이루어진 결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발달에 적절한 놀이자극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학습을 할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길쭉한 플라스틱 막대 장난감을 목욕탕에 가지고 가서 목욕도 시켜주고 목욕이 끝날 때 까지 잘 놀았습니다. 다음 날 대문에 걸린 길쭉한 고드름을 보더니 함께 목욕을 하겠다고 목욕탕에 가지고 갔습니다. 어제처럼 물에 넣고 문질렀는데 작아지더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다음 날부터 아이는 길쭉한 물건들을 모두 목욕탕에 넣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있는 거, 녹아서 없어지는 거, 물에 적셔져 힘이 없어지는 것들을 경험하게 되지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물질들마다 성질이 다르다는 걸 알게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지적 호기심과 자발적인 탐색의 욕구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발견한 사실들은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싶어지고 부모님들로 부터 받는 칭찬은 자신감을 길러주게 됩니다. 만약 목욕을 하는 동안 '시간 없어 그만해. 녹아서 없어질거 뭐하려고 해. 더러워.'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자발적인 호기심과 탐색의 욕구, 자신감 이러한 효과는 생각할 수 없었겠지요. 이러한 탐색의 욕구와 자발적인 호기심은 자기주도 학습의 기초가 됩니다. 때문에 학령전기라 불리는 영유아기는 충만한 놀이 욕구를 통해 신나고 즐겁게 스스로의 발달을 촉진하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어릴 때 부터 학습지 앞에 앉혀놓고 공부하기 보다는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부모님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주말에 체험관에 가면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로 만원입니다. 그런데 다들 부모님들만 열심히 무언가 설명하고 있고 아이들은 돌아다닙니다. 체험관에 가시면 설명보다는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두시는 것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알려주기 보다는 ‘우와 이것 좀 봐. 이렇게 되나봐.’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체험하는 방법을 몸으로 보여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아이가 무언가 해보려고 할 때 ‘안되는거야. 그만 해.’ 보다는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하네. 한번 해보자.’라고 반응해 주어 호기심을 자극해 주세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주도 학습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들은 ‘엄마랑 아빠랑 노는 건 재미있어. 엄마랑 아빠랑 하는 건 재미있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부모가 학습을 제안할 때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놀이는 놀이처럼, 학습도 놀이처럼. 물론 학습을 하는건지 노는건지 구분이 안가면 안되겠지요?^^ 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놀이 시간을 기대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과학자로 태어난다는 거 잊지 마세요. 잠재되어 있는 과학자의 기질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즐겁게 반응해 주고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부모님의 역할입니다.